
빵 맛의 차이부터 밀가루 종류까지 한눈에 이해하는 밀 이야기
유럽 여행에서 먹은 빵이 너무 맛있어서, 한국 와서 똑같이 만들어봤는데…
“뭔가 빵 맛이 다르다?”
같은 레시피, 비슷한 오븐을 써도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.
바로 그 이유는, ‘밀’이 다르기 때문이에요.
오늘은 우리가 매일 쓰는 밀가루의 원재료인 밀의 종류, 지역별 차이, 음식 문화, 그리고 한국과 유럽의 밀가루 분류 방식까지 한 번에 정리해볼게요.
밀도 종류가 있다? 연질밀과 경질밀
밀은 크게 **경질밀(Hard Wheat)**과 **연질밀(Soft Wheat)**로 나뉩니다.
이 둘은 단백질 함량(=글루텐 생성력)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죠.
경질밀 (Hard wheat)
• 단백질(글루텐)이 많아 쫄깃하고 끈적한 반죽 생성
• 식빵, 바게트, 피자 도우, 파스타 등 쫀쫀한 요리에 적합
• 주로 미국, 캐나다, 유럽 일부 지역에서 재배
연질밀 (Soft wheat)
• 단백질이 적고, 부드럽고 바삭한 반죽 생성
• 쿠키, 케이크, 전병, 국수, 만두피 등에 적합
• 주로 한국, 일본, 중국,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사용됨
유럽의 밀, 한국의 밀은 왜 다를까?
기후와 토양, 재배 역사 때문입니다.
유럽:
• 기후가 서늘하고 건조, 경질밀 재배에 적합
• 글루텐이 강한 밀 → 단단한 빵, 오래 발효되는 도우와 잘 어울림
• 대표 요리: 바게트, 사워도우, 크루아상, 하드롤 등
한국:
• 기후가 습하고 따뜻, 연질밀 재배에 적합
• 부드럽고 질긴 반죽보다 바삭하고 얇은 조리가 발달
• 대표 요리: 국수, 수제비, 전병, 만두피, 전
즉, 자연환경이 다르니 밀의 품종이 달라졌고,
그로 인해 음식 문화도 달라진 것이에요.
음식 문화는 밀의 특성에 따라 발전한다
• 유럽은 빵 중심 문화.
포만감 있고 오래 보관되는 빵이 필요했고, 경질밀이 최적
• 한국은 밥과 국 중심 문화.
부드럽고 빠르게 익는 밀가루가 적합했고, 연질밀이 잘 맞았어요
→ 빵을 주식으로 삼느냐, 부재료로 쓰느냐에 따라 밀의 활용법도 달라졌습니다.
한국의 밀가루 분류 – 강력분, 중력분, 박력분
한국에서는 밀가루를 단백질 함량에 따라 이렇게 나눠요:
강력분
• 단백질 11~13%
• 빵, 피자 도우, 바게트용
• 글루텐이 잘 형성돼 쫄깃한 식감
중력분
• 단백질 9~11%
• 부침개, 만두피, 수제비 등 다용도
• 대부분의 가정용 밀가루는 중력분
박력분
• 단백질 7~9%
• 쿠키, 케이크, 튀김옷 등에 적합
• 가볍고 바삭한 식감
국산 밀은 대부분 단백질 함량이 낮아 박력분 또는 중력분에 해당하며,
**최근에는 제빵용 국산 밀(강력계 품종)**도 개발되고 있어요.
유럽: 프랑스, 이탈리아 밀가루 분류
유럽도 밀가루를 용도에 따라 등급으로 구분해요.
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밀가루 선택이 매우 중요합니다.
프랑스 밀가루 – T 등급
• T45: 매우 부드러움 → 케이크, 디저트용
• T55: 일반적인 바게트, 식사용 빵용
• T65~T80: 통밀에 가까운, 식이섬유 풍부한 빵용
숫자가 높을수록 재분을 덜 하고, 미네랄이 많고 색이 어두움
빵 풍미도 깊어져요.
이탈리아 밀가루
• 00번: 가장 곱고 부드러움 → 파스타, 피자 반죽용
• 0번, 1번, 2번: 점점 거칠고 통곡물에 가까움
• 세몰리나(Semolina): 듀럼밀로 만든 거친 밀가루 → 파스타 전용
→ 유럽은 밀의 품종도 다르지만, 가공도 정교하게 나눠서 용도별로 딱 맞게 사용합니다.
프랑스 밀가루에서 박력분에 해당하는 것
프랑스 밀가루는 **T45, T55, T65…**처럼 **‘T + 숫자’**로 등급이 매겨지는데,
이건 회분 함량(=미네랄 양) 기준이에요. 숫자가 작을수록 곱고 정제된 밀가루입니다.
• T45: 단백질 함량 낮고, 입자 곱고 부드러움 → 박력분에 가장 가까움
→ 크레페, 브리오슈, 케이크, 페이스트리 등 가벼운 반죽에 사용
• T55: 한국의 중력분~강력분 중간쯤
→ 바게트, 식사용 빵 등
• T65 이상: 통밀 느낌, 풍미 강조용 → 하드 브레드에 적합
즉, 프랑스의 T45 밀가루는 한국의 박력분과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.
이탈리아 밀가루에서 박력분에 해당하는 것
이탈리아 밀가루는 ‘00번’, ‘0번’, ‘1번’, ‘2번’ 식으로 등급을 나눕니다.
숫자가 낮을수록 입자가 곱고 단백질도 적은 편이에요.
• 00번 (Doppio zero): 가장 곱고 흰 밀가루 → 박력분에 가장 가까움
→ 피자 도우, 파스타, 케이크 반죽 등에 사용
• 0번: 약간 거칠고 단백질 많음 → 중력~강력 사이
• 1번/2번: 통밀 느낌, 거칠고 풍미 있는 빵용
특히 이탈리아의 00번은 제과나 부드러운 파스타 반죽에 많이 쓰이기 때문에,
한국 박력분과 매우 유사한 역할을 합니다.
마무리하며
빵 맛이 다른 이유는 결국 ‘밀’부터 다르기 때문
같은 레시피, 같은 오븐으로도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
밀의 종류, 단백질 함량, 글루텐 형성력, 가공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에요.
• 유럽 밀 → 단단하고 풍미 깊은 빵
• 한국 밀 → 부드럽고 가볍고 촉촉한 면 요리나 전통음식
그래서 유럽 빵 맛을 재현하려면 밀가루부터 바꿔야 하고,
한국 요리에 잘 맞는 밀가루는 오히려 그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장점이에요.
밀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,
그 나라의 땅과 기후, 식문화, 역사까지 담고 있는 재료예요.
빵이 맛있으려면 오븐보다 밀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,
좋은 밀을 아는 것이 맛있는 음식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.
여러분도 이제 밀가루를 고를 때
“이건 강력분일까, 박력분일까?”
“이건 어디서 온 밀일까?” 하고 한 번쯤 궁금해져 보시길 바라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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